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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센터 1080억원, 곁의 값을 세다

인터뷰·입력 2026. 01. 14. 오전 10:32:00
서울시 사회적 가치 분석, 투입 대비 5배·직장 적응이 절반
청년센터의 효과는 상담과 관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청년센터의 효과는 상담과 관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 ⓒ 브레스저널

서울시가 서울청년센터의 정책 효과를 화폐 가치로 환산한 결과를 1월 13일 내놨다. 총액은 1천80억원, 투입 예산 대비 약 5.02배다. 2024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의 사업 결과를 대상으로 했고, 센터 담당자 심층 인터뷰와 센터를 이용해 본 청년 1천404명 대상 인터뷰·설문조사를 통해 산출됐다.

청년정책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로 평가돼 왔다. 청년이라는 세대에 처음 초점을 맞춘 대책은 1998년 실업문제 종합대책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 뒤로 정책은 계속 쌓였다. 대통령기록관 기준으로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생산된 '청년 고용' 관련 문건 가운데 제목에 일자리·고용·취업·실업이 들어간 것만 263개다. 그런데 그 많은 정책이 청년의 삶에서 무엇을 얼마나 바꿨는지는 대개 만족도 점수로만 남았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 항목은 직장 적응 지원이다. 494억4천만원. 상담과 커뮤니티, 멘토링을 통해 청년이 직장에 자리 잡도록 돕고 이직률을 낮춘 효과를 환산한 값이다. 취업시키는 일보다 취업한 뒤 버티게 하는 일에서 더 큰 값이 나왔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정책 탐색 시간이다. 어떤 지원이 있는지 찾아 헤매는 시간이 월평균 약 1.48시간 줄었고, 그 값이 200억1천만원으로 매겨졌다. 이어 균형 잡힌 생활시간 증가 88억7천만원, 청년공간 제공에 따른 비용 절감 50억7천만원, 취·창업 교육 30억3천만원, 서울 초기 정착 프로그램 4억9천만원 순이다. 소속감 제고 81억9천만원과 사회생활 시간 증가 39억5천만원도 성과로 제시됐다.

항목의 면면을 보면 청년센터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 곳인지가 드러난다. 창업 자금이나 채용 보조금 같은 굵직한 지출이 아니라, 물어볼 곳을 만들어 주고 앉을 자리를 내주고 그만두고 싶을 때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이다. OECD는 2024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청년 대상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의 71%가 채용 인센티브에 쏠려 있고 창업 15.0%, 교육 12.4%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분석이 짚은 지점은 그 배분표에 거의 자리가 없는 영역이다.

공간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도 나타났다. 서울청년센터는 16개 자치구에 설치돼 있는데, 설치 자치구에 사는 청년이 미설치 자치구 청년보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이 높았다. '센터 커뮤니티에서 안전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도 더 높았다. 다만 이 차이가 센터 때문인지 자치구가 원래 지닌 조건 때문인지를 가려낸 분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총액을 떠받치는 분모, 즉 실제 투입 예산액은 발표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배수만 놓고 5배를 확정된 수익률처럼 읽기 어려운 이유다. 부문별 금액을 어떤 단가로 환산했는지도 함께 공개돼야 다음 논의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분석의 값은 다른 데 있다. 만족도 대신 성과 지표로 청년정책을 말할 틀을 처음 꺼내 놓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번 분석에서 도출한 31개 성과 지표를 청년센터 사업 전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철희 미래청년기획관은 청년정책을 체감 수준이 아닌 사회적 가치로 정량화해 평가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를 센터 기능 강화와 정책 발굴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연초는 전국 지자체가 청년정책 예산안을 확정하는 시기다.

바뀌고 있는 것은 질문의 방향이다. 지금까지 청년정책의 성적표는 몇 명을 취업시켰는가에 맞춰져 있었다. 이번 숫자가 가장 크게 가리킨 곳은 취업한 청년이 그 자리에 남을 수 있도록 곁을 지킨 시간이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직 센터가 없는 곳의 청년에게는, 그 곁이 언제 생기느냐가 올해의 실질적인 질문이 된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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