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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건의 목록보다 무거운 것, 전승의 실체

루츠·입력 2026. 01. 18. 오후 2:06:00
국가유산청 한·중 비교 연구 착수, 10개월의 질문은 소유가 아니다
무형유산은 기록이 아니라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기술이다
무형유산은 기록이 아니라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기술이다 / ⓒ 브레스저널

국가유산청이 '한·중 무형유산 전승 현황 비교 연구 및 활용 기반 구축'을 주제로 연구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한 이 공고는 지난 16일 알려졌으며, 입찰 절차는 이달 중 제안서 평가와 개찰, 계약을 거쳐 마무리된다. 연구 기간은 10개월이다. 이른바 '문화공정' 대상으로 거론돼 온 무형유산의 전승 현황을 양국에서 나란히 들여다보고 기초 자료를 만들겠다는 것이 과업의 골자다.

과업 내용서에 따라 연구진은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중국 내 전승 현황을 파악하고, 양국 전승 과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게 된다. 그 끝에 두겠다는 것은 기원과 문화적 정체성의 규명이다. 국가유산청은 자료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전문가 자문을 포함한 검증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다룰 유산으로는 한복과 윷놀이, 명절 등이 거론되지만 확정된 목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문화공정'은 특정 문화가 다른 문화의 원조라고 주장하거나, 타국의 전통문화를 자국의 것으로 왜곡·편입하려는 시도를 가리키는 말로 쓰여 왔다. 한복을 '한푸'라 부르는 주장이나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2024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아리랑·판소리를 비롯한 한국 무형유산 101건이 중국의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이 가운데 20건이 국가급, 81건이 성급이라는 내역이 함께 제시됐다.

목록의 항목 하나하나는 추상적이지 않다. 지린성이 돌솥비빔밥을 '조선족 돌솥비빔밥 조리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성급 무형유산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것도 그런 예다. 무쇠 솥이 달아오를 때 나는 소리, 밥알이 눌어붙는 냄새, 참기름이 퍼지는 순간까지가 조리기술의 내용이다. 그 감각은 어느 명부에 적히든 사라지지 않지만, 명부는 그 감각을 누가 관리하는지를 바꾼다.

여기서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행정의 영역이고, 전승은 사람의 시간에 속한다. 앞선 것을 두고 다투는 동안 뒤엣것이 얇아지면, 결국 남는 것은 두 개의 서류철뿐이다. 국가유산청이 이번 연구에서 '전승 현황'을 앞세운 것은 그 차이를 의식한 설계로 읽힌다.

목록에 오르는 일과 실제로 이어지는 일은 다른 문제다
목록에 오르는 일과 실제로 이어지는 일은 다른 문제다 / ⓒ 브레스저널

보존과 활용 사이의 긴장도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중국 서하릉은 세계유산 등재 이후 기술·체험형 전시 방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달 15일자로 나왔다. 유산을 보여주는 방식이 정교해질수록 그 유산의 서사도 함께 확산된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아, 2025년 한 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사람은 1천781만4천848명으로 집계됐다. 1천70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며 역대 최다다.

다만 방문객 수는 전승의 두께와 같은 말이 아니다. 궁궐 마당을 걷는 1천700만명의 발걸음과, 베틀 앞에 앉아 한 해를 보내는 전승자의 시간은 서로 다른 단위로 흐른다. 활용이 보존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 전시가 기술을 박제하기도 한다. 이번 연구가 중국 쪽 현황만이 아니라 우리 쪽 전승의 밀도까지 함께 비춘다면, 10개월의 결과물은 대응 자료를 넘어 점검표가 될 수 있다.

비교 연구는 상대의 목록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답은 우리 쪽 작업장에서 나온다. 누가 원조인지를 증명하는 문서보다, 지금도 그 기술이 손에서 손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강한 근거다. 계약이 이달 안에 이뤄지면 결과는 그로부터 10개월 뒤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확인해야 할 것은 중국 명부의 항목 수가 아니라, 그 열 달 사이 우리 전승자의 자리가 몇 개나 채워졌는지일 것이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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