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종묘의 하늘선, 검증 방식조차 합의 못 했다

김범수·입력 2026. 01. 15. 오전 8:22:00
세운4구역 145m를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두 달
종묘 정전의 지붕선 위로 남는 하늘, 이번 논쟁의 실질적 대상이다
종묘 정전의 지붕선 위로 남는 하늘, 이번 논쟁의 실질적 대상이다 / 사진 지홍 민 · CC BY-SA 4.0

다툼의 대상은 건물 자체보다 그 뒤로 펼쳐지는 하늘이다. 서울시는 이달 8일 공식 입장을 내어 종묘 정전 상월대에 올라 경관 시뮬레이션을 찍게 해달라고, 그리고 그 결과를 함께 따져보자고 국가유산청에 요구했다. 국가유산청은 상월대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두 기관은 종묘 앞 145m 건물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두고 다투기 이전에,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서 갈라섰다.

정전은 길다. 열아홉 칸이 옆으로 이어진 단층 목조 건물이 낮은 지붕선을 끌고 가고, 그 앞으로 거친 박석이 깔린 월대가 넓게 펼쳐진다. 상월대는 그 월대의 윗단, 제례 때 왕이 서던 곳이다. 600년 동안 이 공간의 설계 원리는 무엇을 세우느냐보다 무엇을 세우지 않느냐에 있었고, 그래서 지붕 위의 빈 하늘이 건축의 일부가 됐다.

시간을 두 달 앞으로 되돌리면 순서가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6일 출입인원 10명을 적어 촬영 허가를 신청했다. 국가유산청은 그 행사가 실제로는 도시공간본부장이 주재하는 50여 명 규모의 현장설명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이달 7일 반박문을 통해 신청 내용과 실제 규모의 차이에 따른 부득이한 행정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갈래에서는 불허 사유가 세계유산의 보존·관리를 저해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전해져, 같은 결정을 두고 설명이 엇갈린다.

인원을 세는 방식은 세 가지다. 신청서의 10명, 국가유산청이 확인했다는 50여 명, 그리고 정전을 마주한 채 여러 각도로 촬영을 마쳤다는 서울시·SH도시주택개발공사 관계자 13명. 국가유산청은 이 13명을 들어 객관적 검증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 쪽에서는 상월대 촬영이 막혀 설명회 자체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왔다. 찍어 둔 사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가, 왕이 섰던 그 한 지점에서 본 장면이라야 하는가. 논쟁의 실체는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세운4구역 건축물과 같은 높이로 애드벌룬을 띄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시는 그때 눈으로 본 높이와 경관이 앞서 공개한 시뮬레이션과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시 바깥에서 따로 확인한 절차는 공개된 바 없다. 그 이전에 시의회에서 공개된 상월대 정방향 남측 시뮬레이션을 두고는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일러스트: 낮은 지붕선을 가진 긴 건물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시선이 하늘로 뻗어가는 단면 구성, 그 시선 끝에 높은 직육면체 덩어리가 걸리는 장면 | 캡션: 어느 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높이도 다르게 읽힌다]

수치는 지난해 7월 21일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확정됐다.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71.9m에서 145m로, 용적률은 660%에서 1094%로 올랐다. 행정2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공무원 4명·시의원 4명·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의 그해 제7차 회의에는 위원 20명 중 12명이 참여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30일 이 계획안을 고시했다.

그날 속기록에는 한 위원이 따져 물은 내용이 남아 있다. 종묘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경고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문화재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는지 물었고, 시 관계자는 우려하는 의견과 문제없다는 의견이 모두 있었다고 답했다. 국가유산청은 최악의 경우 세계유산 지위 박탈까지 거론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유네스코의 사업 승인 중지 권고를 반대 근거로 든 일도 있다.

갈등이 행정의 울타리를 넘은 것은 최근이다. 이달 8일 세운4구역 주민들은 촬영을 허가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재개발을 기다려온 쪽에는 검증의 지연이 곧 생활의 지연이다.

그리고 지난 14일 오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종묘 앞 고층 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등록 국가유산의 32.9%가 불교문화 유산이라는 집계를 배경에 둔 발언이자, 종단이 이 사안에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었다.

두 기관 사이에는 지난해 꾸린 사전 조정회의라는 논의 채널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 놓인 것은 서로 다른 수치와 서로 다른 사유서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요구한 자료의 회신 기한이 진작 지났다며 조속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고, 그 회신 여부가 다음 국면을 가른다.

종묘는 매일 오전 아홉 시부터 관람객을 받는다. 정전을 마주하고 서면 상월대 위로 올라갈 수는 없어도, 박석 위에서 지붕선과 그 위의 빈 하늘이 어떤 비율로 만나는지는 누구나 눈으로 잴 수 있다. 145m가 어디쯤에 걸릴지 가늠해 보는 일은 시뮬레이션 없이도 가능하다. 두 기관은 같은 장면을 놓고 거기에 매길 값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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