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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속의 열, 재생에너지로 셀 수 있나

플래닛·입력 2026. 01. 17. 오후 2:35:00
시행령 개정 논란과 열에너지 이행안이 같은 주에 맞물렸다
바깥 찬 공기에서 열을 끌어오는 방식이 재생에너지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바깥 찬 공기에서 열을 끌어오는 방식이 재생에너지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 ⓒ 브레스저널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절반가량은 전기가 아니라 열이다. 난방, 급탕, 산업 공정에서 조용히 소모되는 이 절반이 그동안 정책 지도에서 뚜렷한 자리를 갖지 못했다. 그 열이 지난 한 주 공론장 한복판으로 올라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기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며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같은 시기 '열에너지 혁신 이행안(로드맵)' 수립도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바깥 공기에 흩어져 있는 열을 끌어모아 난방과 급탕에 쓰는 설비다. 땅을 파야 하는 지열과 달리 설치 제약이 적어 단기간에 보급을 늘리기 쉽다는 점이 정부가 주목한 대목이다. 화석연료 난방을 우선 전기화로 바꾸겠다는 방침에서 보면 가장 빠른 카드인 셈이다. 정부는 일정 기준 이상의 공기열을 재생에너지에 포함해 보급 확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일정 기준'이 어떤 수치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반대 목소리도 곧바로 나왔다. 한국지열협회를 비롯한 14개 협·단체 관계자들은 1월 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공기열의 재생에너지 편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성명을 냈다. 앞서 노원 지역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세종청사를 거쳐 국회 인근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짚은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효율, 화석연료 기반 전력에 대한 의존, 그리고 전력피크를 키울 가능성이다.

쟁점의 뿌리는 계산법에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의 성능은 바깥 기온에 좌우되고, 그 장치를 돌리는 전기는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분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끌어온 열 가운데 어디까지를 '재생'으로 셀 것인가.

정부 안에서도 층위가 갈린다. 기후부는 청정열을 열을 만들거나 쓰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열로 정의하며 폐기물소각장·공장의 폐열 회수열과 함께 공기열·지열·수열을 예시로 들었는데, 이 청정열 범주와 법상 재생에너지 범주가 어떤 관계인지는 정리되어 있지 않다.

같은 날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는 다른 시계가 돌아갔다. 기후부(장관 김성환)가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열에너지 혁신 로드맵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이행안 수립에 착수한 것이다. 협의체는 총괄을 포함해 5개 분과로 짜였고 법·제도, 기반, 활용, 기술 분야를 나눠 맡는다. 이호현 제2차관은 정책 기반 정비와 제도개선, 기술개발, 단계적 현장 적용을 차례로 밀고 가겠다고 밝혔다.

제도의 뼈대는 이미 여러 방향에서 세워지는 중이다. 기후부 조직도에는 2차관 직속 수소열산업정책관 아래 열산업혁신과가 들어서면서 열을 전담하는 부서가 처음 자리를 잡았다. 국회에서는 위성곤 의원이 '열에너지기본법'과 '열에너지 탈탄소화 전환 및 이용·보급 촉진법' 두 건을 냈고, 한정애 의원도 청정열에너지 관련 입법안을 내놓았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도 열은 독립된 감축 영역을 처음 배정받았으며, 그 수단 목록에 히트펌프가 이름을 올렸다.

숫자로 보면 부담은 작지 않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로, 2029년까지 42만대를 깔고 이후 308만대를 더 보급하는 단계 구상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2035년까지 518만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2035년 건물부문 감축목표가 2018년 대비 최대 56.2%로 잡힌 점을 함께 놓으면 왜 이 설비가 전면에 섰는지가 읽힌다. 다만 국내 난방용 히트펌프는 아직 공식 통계조차 없는 초기 단계다.

현장의 제약은 실무에서 더 구체적이다. LG전자는 공동주택에 히트펌프를 넣을 때 걸리는 지점으로 설치 공간, 하중, 전기요금 부담을 꼽으면서 급탕은 중앙 방식으로, 냉난방은 세대별 히트펌프로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 아파트가 주된 주거 형태인 나라에서 이 조합을 어떻게 푸느냐가 350만대의 현실성을 가른다.

효율을 문제 삼는 쪽과 속도를 앞세우는 쪽 모두 결국 같은 자리를 겨냥하고 있다. 겨울철 성능이 얼마나 떨어지고, 그때 전력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일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다. 지열 업계든 아파트 입주민이든, 자기 건물의 난방비 고지서와 겨울 실내 온도를 근거로 쓸 수 있는 자료다. 열은 오래 통계 밖에 있었던 만큼 현장의 경험이 곧 데이터가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기준선이 정해지기 전에 목소리를 보태는 편이, 정해진 뒤에 따지는 것보다 훨씬 값싸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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