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국 171곳이 모인 아부다비 회의장에서 한국의 이름이 차기 의장국으로 불렸다. 지난 11~12일 열린 제16차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총회에서 나온 결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외교부가 13일 이를 알렸다. 한국이 이 자리를 맡는 것은 처음이다. 창립 무렵부터 이사국으로 참여해 왔지만,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 선 적은 없었다.
2011년 문을 연 IRENA는 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 확대를 다루는 국제기구다. 총회는 해마다 한 차례 열려 주요 안건을 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장국 임기는 2027년 한 해이며, 회의 주재에 더해 의제를 짜고 국가 간 협력을 이끄는 역할이 따라붙는다.
수석대표로 나선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이번 지명을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정책에 국제적 공감대가 확인된 결과로 설명했다. 외교부에서는 조계연 기후환경변화외교국 심의관이 교체수석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다만 의장국 수임을 위한 정부의 준비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배지를 달았으니 이제 성적표가 남는다. 정부가 내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는 2023년 기준 30GW가량인 설비를 세 배 넘게 키워야 닿는 숫자다. 문제는 발전소를 세우는 속도가 아니라, 세운 발전소를 전력망에 붙이는 속도다.
한국전력은 2024년 계통 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국 205곳의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묶었다. 호남과 제주는 관내 변전소가 통째로 목록에 올랐다. 이들 지역은 송·변전 설비가 마무리되는 2031년까지 새 재생에너지 설비를 계통에 잇는 일이 원칙적으로 막혀 있다.
시간의 벽도 만만찮다. 345㎸ 송전선 하나를 놓는 데 평균 9년이 걸리고, 이미 계획된 송·변전 사업 가운데 절반 넘는 곳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멈춰 서 있다. 정부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으로 절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른 통로도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의 99%는 10㎿에 못 미치는 작은 규모이고, 이들 대부분은 송전망이 아니라 배전망에 물려 있다. 지역 단위로 수요와 공급을 잇는 방식이 현실적인 이유다. 경기 파주의 경우 지자체가 앞장선 지역 PPA로, 민간 PPA나 한전 요금보다 낮은 값에 중소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도록 돕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12일 내놓은 전력시장 개선 보고서도 이 지점을 짚는다. 현행 직접 PPA는 최소 설비용량과 계약전력 기준이 있어 작은 사업자와 소비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문턱을 낮추는 일은 송전탑을 세우는 일보다 훨씬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2027년 총회장에서 한국이 어떤 나라로 소개될지는 그때의 발표문이 아니라 지금부터 2년 동안 붙는 설비 용량이 정한다. 사는 지역의 에너지 조례와 지역 PPA 추진 현황을 지자체 누리집에서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파주의 사례가 특별한 성공담으로만 남을지, 여러 도시의 기본값이 될지는 그 관심의 크기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