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조9057억 원. 2026년 기후대응기금이 굴리게 될 돈이며, 2022년 이 기금이 만들어진 뒤 가장 큰 규모다. 이 돈의 운용·관리 권한은 1월 2일자로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넘어갔다. 편성 규모를 자랑하던 단계가 끝나고, 쓴 만큼 줄였느냐를 묻는 단계가 시작된 셈이다.
기금 자체는 새것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해 2022년 설치된 법정 기금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에 재정을 대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달라진 것은 손잡이를 쥔 쪽이다. 총괄 관리는 기획재정부가 맡고 실제 사업은 여러 부처가 나눠 집행해온 구조에서, 총괄 기능이 기후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로 옮겨왔다.
이관은 2025년 9월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의 후속 조치다. 기후부는 이어 1월 4일 기금 운용·관리를 전담할 '기후에너지재정과' 신설을 알렸다. 이 과가 맡는 일은 중장기 운용 방향과 연도별 운용계획 수립, 그리고 성과관리 체계 운영까지 기금사업 전반이다.
왜 조직부터 만들었는지는 그동안 지적돼온 약점을 보면 짐작이 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기후대응기금 평가> 보고서에서 여러 부처에 흩어진 집행 구조 탓에 기금이 내건 목표와 개별 사업의 성과가 헐겁게 연결돼 있고, 성과관리 책임 소재도 뚜렷하지 않다고 짚은 바 있다. 기금 총괄과 정책 부처가 갈라져 있던 시기에는 관리의 무게중심이 예산 쪽에 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기후부 안팎의 설명이다.
돈의 출처를 보면 이 기금이 놓인 자리가 더 분명해진다. 재원은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세수의 7%), 다른 회계·기금에서 넘어오는 돈,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등으로 짜인다. 이 가운데 배출권 매각 수입은 2022년 7306억 원을 찍은 뒤 4008억 원, 2897억 원으로 내리막을 걸었고, 2025년 계획안에서 3487억 원으로 잡혔다. 기금의 간판 재원이 오히려 흔들려온 것이다.
2026년 계획은 이 흐름을 되돌리는 쪽에 걸었다.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을 7651억 원으로 잡았는데,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3%에서 26.3%로 두 배 가까이 커진다. 다만 산업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15% 수준이고, 무상할당은 철강과 시멘트 같은 다배출 업종에 2030년까지 이어진다. 감축 여력이 큰 곳일수록 유상 전환이 늦다는 구조적 사정이 재원 확대의 속도를 정한다.
기후부가 내놓은 방향은 두 갈래다. 하나는 유상할당 비율 상향으로 자체 수입을 늘리고 녹색국채 발행 등 조달 수단을 찾아 기금 규모 자체를 키우는 것, 다른 하나는 감축 효과가 실제로 확인된 사업에 재정을 몰아주도록 성과평가를 거는 것이다. 확보한 돈은 기업 탈탄소 전환 지원 같은 핵심 사업과 대규모 R&D에 투입해 '205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대한민국 녹색전환(K-GX)'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오일영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업무 이관과 전담 조직 신설로 정책 전문성과 재정 운용 역량을 결합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성과 중심 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는 과제도 있다. 관리는 한 부처로 모였지만 개별 사업의 집행은 여전히 소관 부처들이 맡는 구조여서, 성과가 부진할 때 책임을 어디에 묻고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실효성을 가른다. 2조9057억 원이 분야별로 어떻게 쪼개지는지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확인할 숫자는 세 개다. 유상할당 수입 7651억 원이 실제로 걷히는지, 26.3%라는 비중이 계획대로 유지되는지, 그리고 성과평가에서 걸러진 사업의 예산이 정말 줄어드는지. 기후대응기금 운용계획과 결산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공개되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올해 국회 예산 심사철에 이 세 수치만 따라가도 기금이 이름값을 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기후 재정의 성패는 얼마를 모았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몇 톤을 줄였느냐로 적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