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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조 기후기금, 성과로 증명할 첫해

김범수·입력 2026. 01. 10. 오후 2:50:00
전담 부처 이관과 재정과 신설, 검증 기준은 감축 실적
한 곳으로 모인 기후 재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올해의 질문이다
한 곳으로 모인 기후 재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올해의 질문이다 / 사진 Minseong Kim · CC BY-SA 4.0

2조9057억 원. 2026년도 기후대응기금 운용 규모다. 2022년 기금이 설치된 뒤 가장 큰 액수이며, 이 돈의 운용·관리 권한이 1월 2일자로 기획재정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왔다. 기후 재정을 짜는 손과 기후 정책을 만드는 손이 같은 부처 안에 놓인 첫해다.

기후부는 1월 4일 기금 운용·관리를 전담할 '기후에너지재정과' 신설을 발표했다. 이 과는 기금의 중장기 운용 계획과 연도별 운용계획을 세우고 성과관리 체계를 돌리는 일을 맡는다. 지난해 9월 나온 정부조직 개편의 후속 조치다.

기후대응기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해 2022년 만들어진 법정 기금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에 재정을 대는 것이 설치 목적이었다. 그동안 총괄 관리는 기재부가, 실제 사업 집행은 기후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산림청 등 16개 부처가 나눠 맡아왔다.

이 분산된 운영 방식이 기금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기후대응기금 평가> 보고서에서 기금 전체의 정책 목표와 개별 사업의 성과가 서로 따로 논다고 지적했다. 성과관리 책임을 누가 지는지도 흐릿하다고 짚었다. 기금을 관리하는 부처와 돈을 쓰는 부처가 달랐던 탓이다.

기금 재원을 뜯어보면 올해의 변화가 더 뚜렷해진다. 기금은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세수의 7%), 다른 회계·기금 전입금,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으로 채워진다. 이 가운데 배출권 매각 수입은 2022년 7306억 원에서 2023년 4008억 원, 2024년 2897억 원으로 내리막을 걸었고 2025년 계획안 기준으로 3487억 원이었다.

올해 계획상 유상할당 수입은 7651억 원, 전체 수입의 26.3%다. 지난해 13.3%에서 두 배 가까이 커진 비율이다. 산업 부문 유상할당 비율은 15% 수준이고 철강·시멘트 같은 다배출 업종은 2030년까지 무상할당이 이어진다. 기금의 돈줄이 배출권 시장과 한층 단단히 엮였다는 뜻이다.

기후부가 내놓은 운용 원칙은 선별이다. 성과평가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검증된 사업에 재정을 몰아주겠다는 것. 유상할당 비율 상향에 따른 자체 수입 확대와 녹색국채 발행 등으로 재원을 더 키우고, 확보한 돈은 기업 탈탄소 전환 지원 같은 감축 효과가 큰 핵심 사업과 대규모 연구개발에 쓴다는 계획이다. 오일영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업무 이관과 전담 조직 신설로 정책 전문성과 재정 운용 역량을 결합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물론 기금을 총괄하는 부처가 바뀌어도 개별 사업의 집행은 소관 부처가 계속 맡는다. 관리와 집행이 나뉜 상태에서 성과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 성과가 부진한 사업에 실제로 어떤 제재가 따르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감축 효과가 검증된 사업 중심이라는 원칙이 예산 조정으로 이어지려면 평가 지표와 주기가 드러나야 한다.

2조9057억 원이 분야별로 어디에 얼마씩 배분되는지도 연중 확인해야 할 항목이다. 기금의 성적표를 매기는 잣대는 감축량이다. 기후대응기금 운용계획은 매년 공개되는 문서이니, 올해 내 세금과 배출권 수입이 어느 사업에 실렸는지 한 번 찾아 읽어두면 1년 뒤 이 약속의 이행 여부를 스스로 채점할 수 있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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