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AI가 줄인 건 일자리 총량이 아니라 첫 계단

미디어·입력 2026. 01. 13. 오후 3:20:00
WEF 2030 시나리오와 24만 감원, 청년 고용 지표가 한 곳을 가리킨다
사라진 것은 일자리 총량이 아니라 경력의 첫 계단이다
사라진 것은 일자리 총량이 아니라 경력의 첫 계단이다 / ⓒ 브레스저널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7일(현지시간) '새로운 경제 속 일자리의 네 가지 미래: 2030년의 AI와 인재' 보고서를 냈다. AI 발전 속도와 근로자·기관의 적응 준비 상태라는 두 변수를 축으로 2030년의 갈림길을 초고속 발전, 대체 시대, 코파일럿 경제, 정체된 발전 네 갈래로 나눈 문서다. 같은 주에 2025년 한 해 기술업계 감원 규모가 24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는 수치가 함께 돌았다. 두 자료를 겹쳐 놓으면 AI 고용 충격의 모양이 '전체가 줄어드는 것'보다 '들어가는 문이 좁아지는 것'에 가깝다는 윤곽이 나온다.

WEF 설문에서 경영진의 약 54%는 AI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소멸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본 응답은 24%에 그쳤다. 이익이 특정 기업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응답도 같은 24%였고, AI 덕분에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본 응답은 12%로 더 낮았다. 기업 이윤이 늘 것이라는 응답은 44.6%로 보고됐다.

정리하면 경영진 다수는 AI가 회사의 수익은 키우되 사람 몫은 키우지 않는다고 본다는 뜻이다. 이 전망은 이미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AI를 한 가지라도 도입한 기업 비율은 2022년 55%에서 2025년 88%로 올랐고,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2024년 대비 2025년 70% 늘었다.

시나리오 넷 가운데 WEF가 가장 경계해야 할 갈래로 지목한 것은 '대체 시대'다. 업무의 절반 이상이 기계로 넘어가고 일부 분야는 최대 90%까지 자동화되며, 소비자 신뢰 지수가 역사적 최저치인 44 아래로 내려가는 그림이다. 반대편의 '초고속 발전'은 기계가 수행하는 업무 비중이 2025년 22%에서 급격히 올라가되, 2025~2030년 AI 관련 투자가 1조 3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새 직업이 빠르게 생기는 경로로 서술된다. 같은 속도의 기술이 정반대 결과로 갈라지는 지점에 '사람과 제도의 준비 상태'가 놓여 있는 셈이다.

한국의 지표는 이 갈림길의 한 갈래를 이미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30일 낸 'AI 확산이 청년층 일자리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 가운데 98.6%인 20만8000개가 AI 발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3분기만 해도 청년 고용률은 41.8%로 고령층 39.8%보다 높았다. 지금은 두 계층의 고용률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고, 자산 격차도 최근 5년간 42% 커졌다.

선택지가 좁아지면 사람은 안전한 쪽으로 몰린다. 2025년 4분기 9급 공무원 과정 신규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정부는 9급 초임을 세전 월 300만원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적용 시점은 아직 확정 형태로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자격 쪽 사정도 순탄치 않아, 2025년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중 상당수가 수습 자리를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생활일자리 검색어에서도 같은 이동이 읽힌다. 지난 8일 나온 2025년 결산에서 최다 검색어는 '주방보조'로 2021년 이후 5년 연속 1위였다. '생산직' 검색량은 1년 전보다 37% 늘어 2위, '요양보호사'는 411% 급증해 7위에 올랐다.

'부업'은 69% 늘며 23위에서 9위로 뛰었고 '경비'도 53% 증가했다. 자동화가 아직 손대지 못한 몸과 돌봄의 영역, 그리고 본업 하나로 부족해진 가계의 흔적이다.

다만 24만 명 감원 가운데 AI를 직접 사유로 든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래셔널FX 애널리스트 앨런 코언이 2025년 기술업계 감원을 단기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고 본 것은 사실 확인이 끝난 인과가 아니라 해석이다. 그럼에도 신입에게 맡기던 정리·요약·초안 작업이 도구로 흡수되면 경력의 첫 계단부터 사라진다는 구조는 여러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WEF가 모든 시나리오에 공통으로 권한 '후회 없는 전략'은 어떤 미래가 오든 손해 보지 않는 준비를 지금 해두라는 제안이다. 구체적 항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개인에게는 AI를 쓰는 능력이 자격증이 아니라 기본 문해력이 됐다는 뜻이고, 기업과 제도에는 첫 계단을 누가 다시 놓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확인할 다음 숫자는 22%다. 기계가 수행하는 업무 비중이 이 선에서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가 네 갈래 중 어디로 가는지를 가른다. 다만 그 숫자가 발표되기 전에 답을 먼저 아는 쪽은 통계청이 아니라, 올해 첫 이력서를 넣고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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