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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복, 지속 가능한 옷 입기를 제안하다

입력 2025. 10. 22. 오전 9:00:00 | 수정 2025. 10. 23. 오후 3:18:38

옷장 앞에서 우리는 종종 망설인다. 유행은 빠르고 옷은 넘쳐나지만, 정작 입을 옷은 없다는 감각. 패스트 패션 시대의 이 모순적인 풍경 속에서, 가장 오래된 우리의 옷 한복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 한복 원단
전통 한복 원단

전통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질문에 답을 건넨다.

현대 의류 산업은 지구에 깊은 발자국을 남긴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 산업 폐수 발생의 약 20%가 이 산업에서 비롯된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문화는 막대한 양의 의류 폐기물을 만들고,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 섬유는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우리의 물과 공기를 위협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소비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피로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0월 21일부터 시작된 2025 한복문화주간은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올해의 주제는 '현대 한복판'.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지금, 한복이 단순한 미학적 대상을 넘어 삶의 태도를 담는 그릇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문화주간에 앞서 열린 한복 교환 장터는 옷의 순환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구체적인 실천이었다.

평면 재단의 지혜, 오래 입는 구조

사실 한복의 구조 자체에 이미 지속가능성의 지혜가 담겨 있다. 서양복이 인체의 곡선에 맞춰 입체적으로 재단되는 것과 달리, 한복은 직선과 평면으로 재단된다. 이는 옷감을 자투리 없이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넉넉한 품과 고름, 대님 등으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어 체형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한 벌의 옷을 오래도록, 여러 세대에 걸쳐 입을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패스트 패션의 선형 경제와 한복의 순환 경제 구조 비교  / ⓒ 브레스저널
패스트 패션의 선형 경제와 한복의 순환 경제 구조 비교 / ⓒ 브레스저널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천연 소재의 회복력

소재는 자연의 순환을 따를 뿐만 아니라, 입는 이의 몸과 마음을 보살핀다. 명주, 모시, 삼베, 무명 등은 땅에서 자라나고 사용 후에는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이 천연 소재들은 피부에 닿는 감각부터 다르다.

화학적 가공을 최소화하여 피부 자극이 적고, 섬유 사이로 바람이 통해 몸이 숨을 쉬게 한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무명의 촉감, 사각거리는 명주의 소리는 인공적인 소음에 지친 우리에게 자연의 감각을 일깨우는 치유의 언어가 된다.

넉넉한 품이 주는 내면의 공간

한복의 형태가 주는 회복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몸을 조이지 않는 넉넉한 품은 신체적 편안함을 넘어 심리적 해방감을 선사한다. 현대 의복이 종종 타인의 시선에 맞춰 몸을 긴장하게 한다면, 한복은 입는 사람 스스로가 편안함을 느끼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여유는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옷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한복이 제안하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다.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

최근 몇 년간 한복은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전통적인 소재에 현대적인 실용성을 더하거나, 한복의 요소를 재해석하여 다양한 의류에 적용한다.

이는 전통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이다.

물론 한복이 현대 의생활의 주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과제가 남아있다. 가격 접근성과 관리의 편의성을 확보하고, 일상복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을 더해야 한다.

전통의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옷을 통해 삶의 태도를 입다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단순히 옷을 걸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존중하고, 물건을 귀하게 여기며, 오래 지속되는 가치를 선택하는 태도를 입는 것이다.

유행의 속도에 지쳤을 때, 한복은 우리의 삶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성찰하게 하고, 몸과 마음에 온전한 쉼을 선사하는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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