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기장군이 기장읍성 발굴 조사에서 1425년 축성 당시 성벽과 해자를 확인했다. 11월 14일 기장읍 서부리 일원 발굴 현장에서 학술발굴조사 현장공개 및 자문회의가 열렸다.
기장읍성은 1996년 5월 부산시 지정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이후 여러 차례 발굴을 통해 체성, 문지, 해자, 치, 건물지 등이 확인됐고, 성벽 일부와 해자는 복원·정비됐다.
올해 6월부터 울산문화유산연구원이 기장읍성 서벽 일원 정비사업 부지를 대상으로 정밀 발굴을 진행했다. 현재 지표면에 남은 성벽 아래에서 더 이른 시기의 성곽 유적이 나왔다.
이번에 확인된 유적은 세종 7년인 1425년경 처음 쌓은 기장읍성의 체성과 해자다. 체성은 성곽 부속시설을 제외한 성벽 몸체를 뜻하고,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외곽에 판 도랑이다.
해자 위에서는 성종 21년인 1490년에서 중종 25년인 1530년 사이에 개축된 체성이 상하로 중복된 형태로 확인됐다. 문헌 기록으로만 추정되던 축성 시기가 실제 유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해자에서는 15세기 인화분청사기와 연질백자 등이 출토됐다. 이 유물들은 축조와 폐기 시기를 추정하는 단서가 된다.
발견된 초축 해자는 북서쪽 고지대에서 남동쪽 저지대로 약 32m 이어진다. 깊이는 0.7~1.5m, 너비는 6.4m다. 호안석축 사이 너비는 4.6m로 측정됐다.
지표면에 노출된 개축 체성은 북쪽 일부 구간과 남쪽 경계에 남아 있다. 잔존 길이는 17m며, 북남 방향으로 곧게 이어진다. 지대석에서 체성 상부까지 높이는 1.0~1.3m다.
체성 축조 방식도 확인됐다. 내벽은 기저부를 다진 뒤 뒤채움석을 촘촘히 채워 보강했다. 바닥에서는 목재로 보강한 지정목이 발견됐다. 외벽은 기저부 위에 지대석을 놓고 면석을 안쪽으로 들여쌓았다. 지대석 아래에서는 성벽 하부를 지탱하는 기단보축이 확인됐다.
기장읍성은 2020년 1월 국가사적 승격을 신청했으나 2021년 6월 보류됐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역사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축성 시기와 범위를 실제 유적으로 입증하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장군은 이번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사적 승격을 다시 추진한다. 기장군은 올해 2월 기장읍성 축성 600주년을 기념해 한국·중국·일본 3국 성곽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조사 성과를 반영해 기장읍성의 국가사적 승격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기장읍성 일원을 역사사적공원으로 조성하고 기장시장과 연계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