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해녀의 삶과 음식을 담아온 ‘해녀의 부엌’이 싱가포르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는 단순한 K-푸드 열풍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며 성장한 K-콘텐츠의 새로운 수출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문을 연 이곳은 스스로를 ‘문화 IP(지적재산권) 컴퍼니’로 정의하는 주식회사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의 삶을 한 편의 연극으로 보고, 그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로 만든 식사를 경험하는 ‘극장식 레스토랑’이다.
20대 청년 기획자들과 평균 연령 70세가 훌쩍 넘는 해녀들이 함께 무대를 만들고 음식을 내는 이 특별한 공간은, 세대와 경험의 경계를 허무는 소통의 장이 되어왔다.
‘해녀의 부엌’의 핵심은 ‘상생’이라는 철학에 있다. 이들은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시세보다 20% 더 높은 가격에 사들이며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돕는다.
나아가 회사 수익의 일부는 어촌계 발전기금으로 되돌려, 기업의 성장이 곧 지역 공동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 어떻게 지역 사회의 회복과 지속에 기여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모델로 증명한 것이다.
이러한 진정성은 제주 본점의 성공으로 입증됐다. 예약이 열리면 금세 마감되어 ‘예약하기 가장 힘든 식당’으로 불릴 만큼, 평균 예약률이 97%에 육박했고 방문객 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 4.8점을 기록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공을 발판 삼아 ‘해녀의 부엌’은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 설립을 마쳤다. 이들의 첫 해외 무대는 싱가포르의 유서 깊은 국립 문화 공간인 ‘디 아츠 하우스(The Arts House)’로, 2025년 10월 시작을 목표로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제주에서 검증된 모델을 그대로 옮겨와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본격적인 도전이다. 해외 테크 전문 매체 ‘WOWTALE’이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싱가포르 진출을 심도 있게 다루는 등, 이미 해외에서도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녀의 부엌’의 싱가포르 진출은 사라져가는 지역의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만나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는 K-콘텐츠의 외연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한 공동체의 철학과 회복의 서사를 담는 그릇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주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시작된 숨비소리가 과연 아시아 문화의 허브에서 어떤 공명을 일으킬지, 그 준비 과정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