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3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화마가 울진의 산림 1만 6천여 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온전한 회복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비관했다.
그러나 불과 3년여가 지난 2025년 10월, 절망의 땅이었던 울진은 전 세계에 ‘회복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희망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산림청은 지난 16일, 울진 산불 피해지의 산림 생태복원 사례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2회 세계복원대회'에서 전 세계 200여 개 경쟁 사례 중 10대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2022년 유엔(UN)의 '세계 생태복원 대표 모델'로 처음 이름을 알린 이후, 지난 3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공인받은 쾌거다.
무엇이 울진을 다시 세계의 모델로 만들었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서 울진이 특히 높이 평가받은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힘’이었다.
단순히 나무를 많이, 빨리 심는 방식이 아니었다. 울진의 복원은 ‘자연의 자생력을 믿고, 과학으로 돕고, 사람이 함께한다’는 명확한 철학 아래 진행됐다.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시민참여 거버넌스 구축 ▲법·제도적 기반의 합리적 의사결정 ▲자생식물 공급센터를 통한 체계적 복원 재료 공급 등이 꼽혔다. 산림청은 전문가, 지역 주민, 환경단체, 지자체가 참여하는 ‘산림생태복원 공동체협의체’를 구성해 복원 계획 수립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논의했다.
이는 복원 사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주민들이 복원의 주체로 참여하며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자생식물 공급센터' 운영은 복원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무분별한 외래종 도입 대신, 울진 지역 고유의 유전자를 가진 금강송과 희귀·특산식물의 종자를 채취하고 길러내 숲에 되돌려주는 방식은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장기적으로 담보하는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지난 3년, 잿더미 위에서 일어난 변화
2022년 UN의 첫 선정 이후, 울진의 회복은 구체적인 계획 아래 착실히 진행됐다. 산림청은 '2022년 동해안 보호구역 산불피해지 산림생태복원 기본계획'에 따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핵심 지역 1,013헥타르(ha)에 대한 집중적인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지난 8월, 피해지 일부인 47.6헥타르가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최초의 '국립울진생태숲'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복구를 넘어, 해당 지역을 산불 피해 복원의 전 과정을 기록하고 연구하며 교육하는 국가적인 거점으로 삼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의 선포다.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가 진행 중인 '국립울진산림생태원'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 후에는 울진 산림 생태계 보전과 연구, 모니터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회복의 약속, 미래를 향한 10년
산림청은 2027년 5개년 복원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향후 10년간 추가적인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숲의 식생 회복률, 생물다양성 변화, 토양 안정성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번 훼손된 자연이 건강한 상태를 되찾기까지 긴 시간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국가의 약속이다.
김인호 산림청장은 “울진 보호구역의 산림생태복원 성과를 국제적으로 다시 인정받아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산림생태복원을 통해 생물다양성 증진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한국의 산림복원 모델을 세계와 공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대형 산불과 같은 재난에 신음하고 있는 지금, 절망의 잿더미 위에서 피어난 울진의 숲은 단순한 성공 사례를 넘어 ‘어떻게 지속적으로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살아있는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그 묵묵하고 단단한 회복의 과정 자체가, 전 세계에 희망의 언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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