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빠른 검색을 위해 입력해보세요
⌘K 빠른 열기 Enter 검색 ESC 닫기

'블루카본'의 재발견, 해양 생태계가 탄소중립의 열쇠가 되다

입력 2025. 10. 16. 오전 8:30:00

육상 산림보다 50배 빠른 탄소 흡수... 국제 표준화로 날개 달아

맹그로브 숲 ⓒ 브레스저널
맹그로브 숲 ⓒ 브레스저널

육상 산림을 넘어, 이제 바다가 강력한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Blue Carbon)'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해양 생태계 보전 및 복원 프로젝트가 활기를 띠고 있다.

블루카본은 맹그로브 숲, 염습지(소금기가 있는 습지), 잘피림 등 해안가 및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여 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블루카본의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문가들은 블루카본 생태계의 탄소 흡수 속도가 육상 산림보다 최대 50배 빠르다고 추정한다.

또한, 육상 생태계는 탄소를 주로 나무 자체에 저장하지만, 블루카본 생태계는 수천 년 동안 탄소를 토양 깊숙이 저장할 수 있어 영구적인 격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블루카본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탄소 감축 메커니즘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측정 및 검증(MRV) 방법론이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위성 이미지 분석 기술과 해양 퇴적물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블루카본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공식적으로 포함할 수 있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승인했다.

이는 블루카본 프로젝트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하며, 해양 생태계 보전에 막대한 민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남해안의 광활한 갯벌은 세계적인 블루카본 자원이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갯벌 염습지 복원 사업을 통해 연간 1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갯벌의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지역 어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다목적 프로젝트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무분별한 해안 개발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블루카본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블루카본은 기후 위기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자연 기반 해법(NBS)의 가장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하다.

바다를 개발의 대상이 아닌, 지구의 회복력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곧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