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빠른 검색을 위해 입력해보세요
⌘K 빠른 열기 Enter 검색 ESC 닫기

도시의 오아시스, 부산의 여름을 떠올리다

입력 2025. 9. 18. 오후 1:10:00 | 수정 2025. 10. 23. 오후 3:17:56

밤공기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폭염 특보가 이어졌던 올여름에도 부산 곳곳에는 숨 고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공공시설 무더위쉼터와 생활권 간이쉼터, 그리고 ‘우리동네 기후쉼터’ 안내가 시민들의 여름을 버티게 했다.

부산시민공원 / / ⓒ Wikimedia Commons- Ardea cinerea
부산시민공원 / / ⓒ Wikimedia Commons- Ardea cinerea

부산의 여름 쉼터, 무엇이 운영됐나

8월 19일, 부산시설공단은 본사 청사와 지하도상가, 자갈치시장, 경륜장, 한마음스포츠센터, 어린이대공원, 부산시민공원 등 8곳을 추가로 무더위쉼터로 지정했다.

냉방이 유지되는 실내 공간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고, 실내 온도는 26~28℃ 사이를 유지하도록 관리했다. 운영은 폭염 대책기간인 9월 30일까지 이어졌으며, 장소별 운영시간과 이용 안내는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시설 현장 안내문을 통해 제공됐다.

무더위 속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의자, 시원한 공기, 깨끗한 물은 시민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즉각적인 자원이 되었고, 특히 낮 시간대 야외 활동이 많은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생활권에 가까운 간이쉼터도 여름 한철 동안 각 구·군에서 운영됐다. 정수기와 선풍기·냉방기, 휴대전화 충전 같은 기본 편의가 갖춰진 소규모 쉼 공간은 집과 직장, 시장과 병원 사이 짧은 동선 안에서 접근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되는 ‘잠깐의 쉼’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길을 걷다 들러 땀을 식히고, 통화를 정리하고, 다시 이동하는 흐름을 지켜주는 장소로 기능했다.

우리동네기후쉼터지도 / 부산광역시 포털 사이트
우리동네기후쉼터지도 / 부산광역시 포털 사이트

부산시는 여름 동안 ‘우리동네 기후쉼터’ 정보를 웹페이지 지도 형태로 제공해 접근성을 키웠다. 동별·생활권별 위치가 표시되어 있어, 시민들은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쉼터를 즉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도 서비스는 주소·시설명·운영시간 등 핵심 정보를 한 화면에 모아 보여주었고, 모바일에서도 보기 쉬운 형태여서 폭염 특보 시기에 활용 빈도가 높았다. 정보가 신속할수록 선택이 빨라지고, 선택이 빨라질수록 체감 안전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데이터 공개도 이어졌다. 연제구 6월 20일자로 무더위쉼터의 주소·운영시간·지도 좌표를 담은 자료를 개방했다. 어느 동네에 쉼터가 밀집해 있는지, 어떤 유형의 공공시설이 활용되는지, 운영 시간대가 시민의 생활시간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 자료는 이후 계절별 운영 전략을 조정하거나 사각지대를 좁히는 데에도 참고가 된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야간에도 열섬이 쉽게 식지 않던 8월 한 달 동안 야간 무더위 휴게소를 운영했다. 퇴근길 시민, 야간노동자, 야외에서 오래 머무는 상인들이 밤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었다. 낮보다 한산하지만 피로가 누적되는 시간에 열린 공간은 다음 날을 준비하는 완충 지대로 작동했다.

여름이 물러나면 쉼터의 풍경도 변한다. 계절이 바뀌는 지금, 운영을 마감하거나 규모를 조정하는 곳들도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여름의 기록은 남는다. 위치 표지판, 안내 지도, 규칙적인 점검과 개방 시간, 그리고 자리를 비켜 준 의자 하나까지 이 모든 요소가 모여 시민의 일상 리듬을 지켜 준 경험으로 축적된다.

내년 여름의 준비는 이미 여기서 시작된다. 어느 생활권에 더 가까이 둘 것인지, 어떤 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되는지, 어떤 유형의 공공시설이 체감 편의를 높였는지에 대한 세부 개선은 올여름의 운영 데이터와 시민의 사용 경험을 토대로 더 정교해질 수 있다.

폭염 속 쉼터는 거창한 설비보다 가깝고, 찾기 쉽고, 머물기 편안한 것이 우선이었다. 지도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들어가기 어렵지 않으며, 잠시 머물다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시민의 하루를 지탱했다. 밤공기가 서늘해진 지금, 한여름의 그 자리들을 떠올리는 일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다음 여름의 안전과 안심을 준비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