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디지털 과잉 연결 사회와 치열한 경쟁에 지친 2030 청년들이 스스로를 '로그아웃'하기 위해 산사(山寺)로 향하고 있다.
템플스테이가 번아웃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에게 새로운 안식과 회복의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템플스테이 전체 참가자 중 2030세대의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특별한 프로그램 참여보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휴식형은 정해진 일정표 없이 자율적으로 사찰에 머물며, 자신만의 속도로 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템플스테이가 청년들에게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강제적 단절'이 주는 역설적인 해방감에 주목한다.
스마트폰 신호조차 희미한 깊은 산속에서 참가자들은 잠시나마 사회적 관계망(SNS)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템플스테이의 경험은 철저히 아날로그적이다. 새벽을 깨우는 범종 소리, 소박하지만 정갈한 사찰 음식(발우공양), 스님과의 차담(茶談)에서 오가는 진솔한 대화 등은 디지털 기기가 제공하는 피상적인 즐거움과는 다른, 깊은 평온함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스님과의 차담은 청년들이 가장 만족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삶의 지혜를 구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이 시간은 단순한 상담을 넘어,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많은 참가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소진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흐트러진 삶의 균형을 바로잡는 적극적인 '마음 챙김(Mindfulness)' 활동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현상은 '느리게 사는 삶'과 '의미 있는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성공만을 좇기보다, 내면의 평화와 정신적 건강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템플스테이는 한국의 소중한 전통 문화유산인 사찰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공적인 사례다.
고요한 산사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가장 순수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소중한 여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