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기획] 환경과 전통, 스크린이 던지는 네 편의 이야기

입력 2025. 9. 16. 오후 7:34:22 | 수정 2025. 9. 18. 오후 7:28:15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64개국 241편의 공식 초청작, 커뮤니티비프까지 포함하면 328편의 영화가 열흘 동안 부산을 채운다. 그 가운데 환경과 전통을 다룬 네 편의 작품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조건과 뿌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환경 — 개발과 상실의 흔적

〈환생: 상실의 끝에서〉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환생: 상실의 끝에서〉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환생: 상실의 끝에서 (Becoming Human)

철거를 앞둔 폐영화관에 머무는 혼령 티다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기록하려는 하이가 만나면서, 캄보디아의 역사와 현재가 교차한다. 크메르루주 시기의 상흔과 무분별한 개발의 상실이 겹쳐지며, 감독은 개인의 대화 속에서 시대와 환경의 상처를 비춘다. 폴렌 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환경 파괴와 기억의 단절이 어떻게 삶을 흔드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난 폭풍 속에 쉬어가〉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난 폭풍 속에 쉬어가〉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난 폭풍 속에 쉬어가 (I Only Rest in the Storm)

도로 건설 사업을 조사하기 위해 서아프리카로 향한 세르히오의 여정은 곧 현지 사회와 얽힌 권력과 욕망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환경과 공동체가 흔들리는 현실이, 인물들의 관계와 내밀한 서사 속에 녹아든다. 78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서 소개된 이 작품은 신식민주의의 거대 담론을 개인의 경험으로 환원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전통 — 기억과 계승의 울림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강〉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강〉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강 (The River That Holds Our Hands)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졌던 한 소녀의 기억에서 출발해, 문화혁명과 디아스포라의 시간을 거쳐 강이라는 공간으로 귀환하는 여정을 그린다. 강물의 흐름은 단절된 시간을 이어주며, 손과 손을 다시 맞잡게 한다. 천젠항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흩어진 기억을 잇는 행위가 곧 전통을 이어가는 방식임을 기록한다.

〈국보〉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국보〉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국보 (KOKUHO)

가부키 무대를 배경으로, 기쿠오와 슌스케 두 인물이 50년에 걸쳐 나눈 우정과 갈등의 서사는 전통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상일 감독의 연출은 가부키라는 특정한 예술을 넘어, 전통의 무게가 오늘날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가라는 물음을 제시한다.

환경은 개발이 남기는 상실을 통해 드러나고, 전통은 기억과 계승을 통해 살아난다. 네 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시작해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영화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관객이 그 상실과 계승의 자리를 함께 바라보도록 이끈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