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tGPT에 질문 하나를 던질 때마다, 그 뒤편에서는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소비한다. 2025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전력 소비의 실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5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15TWh로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에 해당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12%의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현재의 2배 이상인 94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24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고성능 서버 기반의 전력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에너지 소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만 볼 뿐, 그 뒤편의 물리적 인프라를 의식하지 못한다.
재생에너지 전환, 현실과 목표 사이
녹색전환연구소가 2025년 9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IT 기업 6곳의 전력사용효율(PUE)은 1.2~1.49로 구글(1.09), 마이크로소프트(1.18) 등 글로벌 기업보다 높다. PUE는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을 IT 장비 전력 사용량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주요 IT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네이버 3%, 카카오 1.3%, SK텔레콤 5.2%, LG유플러스 0.004%, KT 0.03%로 평균 1.9%에 불과했다.
네이버는 2040년까지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카카오도 RE100에 참여했다. 네이버는 춘천과 세종 데이터센터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하고 빗물을 저장해 조경용수로 사용하는 등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카카오와 삼성SDS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려 하나, 국내 여건상 조달이 어렵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환의 흐름
IEA는 2030년까지 추가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절반가량을 재생에너지가 충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는 2024~2030년 연평균 22%의 발전량 증가율을 기록하며 데이터센터용 전력공급을 위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공급원이 될 것이다.
구글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술 혁신으로 찾는 효율
IEA 보고서는 서버의 유휴전력 비율이 감소하면서 장비가 실제 작업을 수행하지 않을 때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AI를 활용해 냉각 전력소비를 평균 30% 감축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수(Waterless) 침지냉각을 도입해 물 사용 효율(WUE)을 0.49에서 0.30L/kWh로 39% 개선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HBM과 고용량 eSSD를 개발하며,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냉각 시스템만 개선해도 효과는 크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력효율 규제 기준에 부응해 단일상 침지냉각, 지능형 에너지관리시스템, 모듈식 전력공급 등 최첨단 효율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
전력 전문가들은 연간 400MW 이상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려면 태양광 기준으로 매년 3GW 이상의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국내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 평균은 2GW 안팎으로, 현재 속도대로라면 2028년까지 증가분의 30~40%도 재생에너지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7월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화를 정책 과제로 제시했으나, 입지 규제와 계통 연결 지연 등이 병목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은 필요한데 송전망이 없고, 지으면 주민 반발에 규제는 갈수록 늘어난다"며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는 한국에서 비용과 시간 모두 상당하게 든다"고 토로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할 때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 재생에너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재생에너지의 폭넓은 접근성, 짧은 개발 기간, 경제적 경쟁력, 테크 기업들의 전력구매 전략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AI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작동하는 AI인가'다. 클라우드 너머에 물리적 인프라가 있고, 그것이 에너지를 소비하며, 그 에너지의 출처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던 순환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